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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나리 향이 상큼한, 서울 암사동 양지마을

서울 강동구 암사3동 양지마을 암사정수 사업소 바로 아래 다랑논은 들녘의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 되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든다. 멀리 워커힐과 천호동 번화가와 코앞 선사유적지, 그리고 한강줄기가 시원하게 그림처럼 펼쳐지는 서울 변두리 산기슭엔 상큼한 미나리 향이 은은하다.
강동아파트와 전원주택단지 사이에 있는 미나리꽝은 25년째 막내아들과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는 이철세씨의 소유경작지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아버지 이씨는 막내 종제씨가 두 살 때 상경해 광나루 밑에서 처음 미나리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안가 곧 천호동 고분다리 미나리꽝으로 옮겼지만 개발붐에 5년을 못 배기고 암사동 지금 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추석대목이 되면 200평 안팎의 계단식 다랑논 40여개가 다닥다닥 붙은 1만평 규모의 미나리꽝은 대목 출하로 일손이 바빠진다. 30대에서 80대까지 20여명의 동네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미나리를 자르고 이를 정성들여 씻어 적당한 굵기로 묶는 손길이 분주하다. 아직도 이웃간의 정이 숨쉬는 도심 속의 시골마을인 셈이다. 하루 생산량은 30단 묶음의 동이로 쳐 50개. 전국에서 최고 품질을 자랑해 가락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이씨는 동네 주민들에게 '미나리 할아버지'로 통한다. 그 이유는 그의 4난 4녀의 자식 중 다섯이 미나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 큰아들은 경긷 일죽에서, 둘째는 강원도에서, 막내는 아버지와 '동업' 중이다. 또 큰사위는 가락동에서 미나리 판매업을 하며, 둘째사위는 인근 경기도 구리에서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나무의 일품이 소나무라면 먹는 풀의 일품은 단연 미나리다. 미나리는 비록 진흙 논에서 자라지만 늘 파랗고 싱싱하게 자라며, 볕들지 않는 응달과 가뭄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이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에겐 탁 트인 산책로로, 어린 학생들에겐 자연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는 미나리꽝은 암사동 양지마을만의 유일한 자랑거리다.
200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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