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직육면체 돌돌이 층층이 쌓여 있는 육중한 체구, 세월에 시달리고 역사에 짓눌려 푸석푸석해진 화강암의 옛 영화….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 왼쪽 코앞에는 얼핏보면 옛날 굴뚝같기도 하고 봉화대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석조물이 서있다. 바로 관상감 관천대. 큰 건물에 눌려 다소 왜소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이 건물은 조선시대 기후를 예측하고 천문을 살피던 곳이다.
조선 개국 초부터 천문 ·지리 업무를 관장하던 서운관이 세종 때에 이르러 관상감이라 개명되면서, 경복궁 안에 별도의 중앙천문기상관측소인 간의대가 설치되었으나, 같은 무렵 이곳에도 소간의대인 관천대가 세워져 별도의 천문관측 업무를 수행하였다.
높이 3.46m, 넓이 2.4m×2.5m 로, 돌난간이 둘려 있는 화강석대(花崗石臺)로 되어 있으며, 여기에 간의 등 천문기기를 올려놓고 천체를 관측하게 되어 있다. 화강석대는 일영대(日影臺), 즉 해시계대로도 사용되었다.
관상감 관천대(사적 296호)는 천문, 지리, 역산, 측후, 각루 등 경주에 있는 첨성대와 똑같은 기능을 담당했던 곳이다. 그러나 조선 세조12년(1466)에 관상감, 고종31년(1894)에 관상소, 1907년에 측후소로 명칭이 바뀌어, 현대식 시설을 갖추기 시작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던 곳이다.
매일 관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2평 남짓한 옥상에 올라가 별자리와 하늘의 변화를 관측해 기록했다. 왕실에서는 이를 근거로 국가의 큰 행사날짜를 잡고 길흉을 점치는 데 활용했다. 당시 천문은 우주의 이치를 풀고 왕실의 안녕을 예측하는 중요한 실마리였기 때문에 관천대는 국가 1급 보안시설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관천대는 1980년 초 현대그룹 사옥을 지을 때 해체했다가 건물 준공 이후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복원했다. 지금은 돌틈을 시멘트로 발랐고 옥상에도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시멘트로 난간을 만들었다. 돌에 시커멓게 묻어있는 때를 벗겨내기 위해 대대적인 세척 작업도 벌였다.
관천대는 경주 첨성대, 개성의 고려첨성대와 더불어 고대 천문학사 발전 과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