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느껴본 적이 언제던가. 삭막한 고층빌딩과 아스팔트에 익숙해져 있다가 문득 추수를 기다리는, 출렁이는 가을 들녁과 마주하게 되면 그 시절, 아득한 향수가 밀려오는 건 누구나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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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황금빛 너른 들판만을 소재 삼아 사진으로 남기는 이른바 ‘황금들판 매니아’가 있다. 사진작가 장영길씨(40).
“가을 들판의 출렁임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가득 차오는 것을 느낍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살지만 그때만큼은 마음의 부자가 되는 것을 느끼지요.”
6년째 줄곧 황금 들판만을 찍어온 그의 고집이 그냥 풍경의 아름다움에서가 아닌,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그의 순수한 바램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바쁜 농사일에 지친 어머니의 거뭇거뭇하고 터진 손등이 생각나 눈시울이 절로 붉어진다. 잊었던 고향의 향수. 그의 그림들은 그렇다.
이리저리 발길 닿는대로 여행을 다니다가, 지나치는 곳이 우연히 눈길을 잡을라치면, 그는 어김없이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찍은 사진만도 지금까지 몇 만 컷이 넘는다고 하니 황금 들판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과 애정을 짐작할 만하다.
“광선에 따라 그때그때 차이가 나긴 하지만, 햇빛을 정면으로 받을 때 그 누런 벼잎에 투과되는 햇살이 얼마나 눈부신지 몰라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지만 그때마다 흥분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곤 하죠.”
마음 한구석에 꼬깃꼬깃해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끄집어내어 하나하나 이어 맞춰 주는, 그 만의 향수와 흥분이 섞여진 결정체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 전남 함평이 고향인 그는 아마도 태어날 적부터 황금빛 들판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었나 보다.
“욕심을 내지 말자 라고 항상 다짐하며 삽니다. 무르익은 벼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는 대자연의 순리를 보면서, 스스로를 자제하고 살면 그 속에서 진짜 여유를 찾을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의 소박한 ‘욕심’아닌 욕심처럼, 무르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겸손히 살고 싶다는 그의 소망처럼, 그렇게 그의 사진 속 황금 들판은 출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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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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