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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

새해 첫 날이 밝는 자정, 종로의 보신각에서는 제야의 종이 33번 울린다. 지난 한 해에 겪었던 좋은 않은 일들을 이 종소리에 실어 보내고 다시금 새로운 기운과 희망을 가슴 속에 담고자 하는 염원을 모은 종소리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보신각 종은 세조 14년(1468년)에 원각사종으로 처음 주조됐다. 높이 3.647m 구경 2.228m 무게 19.66t인 이 청동제 종은 임진왜란으로 종각이 소실된 후 1619년부터 지금 이자리에 자리잡았다.
일제하 36년과 6·25전쟁기간 침묵했던 보신각 종은 휴전된 53년 시작된 후 그 타종행사가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러나 80년 종 안쪽이 균열되고 84년엔 쇳소리가 나 바꿀 수밖에 없어 85년 시민들의 정성어린 성금을 모아 다시 만들게 되었다.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은 조선시대에 이른 새벽 사대문 개방과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타종, 즉 파루를 33번 친 데서 연유한 것이다. 시계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해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짐작했다. 해시계가 보급된 후엔 좀 나아졌지만 밤중에 시간을 몰라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밤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정부가 맡은 큰 일 중 하나였다.

자시 축시 인시 등으로 불렀던 하루 12시간 중 밤에 해당하는 5시간, 즉 술시에서 인시까지는 이를 초경 이경 오경으로 나누어 각 경마다 북을 쳤다. 또 각 경은 다시 5점(오점)으로 나누어 각 점마다 징이나 꽹가리를 쳤다. 한 경은 오늘날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한 점은 24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소리를 모든 주민이 들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대문이 닫히고 주민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만큼은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다. 이경에는 대종을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인정)이라 했고, 오경에는 33번 쳐 이를 파루라 했다.

인정에 28번을 친 것은 우주의 일월성신 이십팔수(28별자리)에게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에 33번을 친 것은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하루의 국태 민안을 기원한 것이었다.
200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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