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는 더러 <원(園)>이라는 것이 있다. 왕이나 왕비가 승하하여 묻히면, <능(陵)>이라 하고 왕자나 후궁의 무덤을 <원(園)>이라 하였다. 그러나 왕이나 왕비에서 폐위되었을 경우는 아예 일반 국민과 같이 <묘(墓)>라 불렀다. 영휘원은 고종의 후궁 순헌귀비 엄씨의 묘소이다.
청량리에서 산림청과 영화 진흥위원회로 가는 길목에 있는 영휘원은 지금까지도 홍릉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곳이다. 원래 이곳에는 고종황제의 비,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있었으나 1919년 고종의 장례 때 합장하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소재 현 홍유릉으로 이장하였다.
영휘원은 고종황제의 후궁인 순헌귀비 엄씨의 묘소이다.
엄귀비는 조선조 철종5년 엄진삼의 맏딸로 태어나 8세에 입궐, 명성황후의 시위상궁이 되었다. 배일, 친러정책을 편 명성왕후가 을미사변으로 시해된 후, 신변에 불안을 느낀 고종은 오늘날 덕수궁 근처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데 이를 '아관파천'이라 한다. 지금도 러시아 공사관터와 덕수궁의 정관헌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당시의 급박했던 나라 안팎의 정세를 대변해주고 있다.
아관파천 때 고종을 모셨던 엄씨는 결국 순헌귀비로 명성황후 뒤를 이어, 영천왕 이은을 낳게 된다. 엄귀비는 신문화, 신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어 1905년 양정의숙과 그 이듬해에 진명여학교를 설립하였으며 숙명여자대학교와 근대사립학교 설립에도 거액을 기부하여 근대사립학교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1911년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위패는 현재 종로구 궁정동에 있는 칠궁에 보관되어 있다.
경내에는 숭인원과 사당, 그리고 추모비, 우물자리가 있다. 영친왕의 첫째 아들인 이진은 1921년 8월 18일 출생하여 1923년 5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이를 애석히 여긴 순종은 특별히 장례와 똑같이 거행한 다음 할머니 엄귀비의 묘소가 있는 영휘원 경내에 묘소를 두게 하였는데, 그 묘소가 바로 숭인원이다.
영휘원 주변에는 영화진흥위원회, 과학기술원, 경희대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홍릉수목원과 영휘원에서 회기동까지 이어지는 긴 은행나무가로수는 도심 속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칠궁'에 얽힌 일화
영조를 낳은 최씨를 비롯한 6명의 후궁들의 위패가 있는 곳으로 '육상궁'이라고 한다. 숙종 때 궁녀 중의 한 사람이었던 최씨는 장희빈의 모략으로 폐출된 인현황후를 위해 밤마다 기도를 하다가 숙종에게 발견되었다.
최씨의 덕성을 가상히 여긴 숙종은 궁녀 최씨를 가까이 하였는데, 이 사실이 장희빈에게 알려진 것이다. 어느 날 숙종은 내전 마당 큰 독 밑에서 용 한마리가 기어 나오다가 빈사 상태에 이른 꿈을 꾸고 놀라 내전으로 가보니 큰 독 한개가 엎어져 있고, 그 속에 빈사 상태가 된 궁녀 최씨가 있었다. 숙종은 장희빈에게 고문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른 궁녀 최씨를 육상궁에 머무르게 하였고 그녀에게서 아들을 보았는데 그가 바로 21대 영조대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