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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미가 숨어 있는 마을의 놀이, 줄다리기

줄다리기는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일원에 널리 분포하는 놀이이다. 줄다리기는 양끝으로 편을 나누어 큰 동아줄 끝을 잡아당겨서 승부를 결정하는 단순한 놀이이지만,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의 놀이이며,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전통놀이가 그 분포가 점점 줄어, 문화적 가치의 보존에 급급한 반면, 줄다리기는 오히려 그 분포 범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산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놀이이다. 지금은 중국의 한국 동포사회에서도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재로 보호·육성되면서 지역축제의 성격을 되찾고 있기도 하다.

줄다리기의 의미

줄다리기는 한국 중부 이남의 모든 지역에서 행해지던 놀이로, 그 방식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줄을 제작할 때에도 몸체에 해당하는 줄의 가닥을 뽑아서 그 끝자락을 손잡이로 삼는 경우가 있는 반면, 몸통 줄과는 별도의 옆에 줄을 묶는 형태도 있다.

마을 단위의 소규모 줄다리기의 경우, 보통 남자 팀, 여자 팀으로 나뉘어 3회에 걸쳐 승부를 가리는데, 여자와 어린이로 구성된 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믿음으로 인하여 마지막회에 남자들이 져주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이러한 양상은 고을이나 큰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대규모 줄다리기에서도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으나, 때로는 지역 대항전의 성격이 강하여 격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줄다리기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남녀간에 성행위를 모방한 주술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수 줄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렇거니와, 두 줄을 결합하거나 응원할 때에도 두 줄을 남녀의 성기에 비유하는 사례가 많다. 마을 단위의 줄다리기에서 여성이 승리하도록 결말을 내는 것 또한 다산이 곧 풍요를 상징한다는 믿음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줄다리기를 성행위에 비유하는 해석은 줄에 대한 금기와 속신으로 발전했다. 주민들이 합동으로 만든 줄을 상주나 여성이 넘으면 줄이 끊어진다는 금기가 있어서 엄하게 지키기도 하지만, 또한 불임여성이 넘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믿음이 있는 탓에 기회를 엿보다가 줄을 넘으려는 여자들도 있었다. 줄다리기를 마친 연후에 줄의 처리방식 또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경남 창녕의 영산 줄다리기에서는 이긴 편의 줄은 아들을 낳고 관운이 트이며 액막이가 된다는 등의 믿음이 있어서 참여했던 주민들이 앞다투어 가져간다. 충청북도 목계에서는 강물에 떠내려보낸다. 어떤 곳에서는 소각하거나 방치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하천변 수구막이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줄다리기에 있어서 가장 큰 의의는, 과거 농촌에 있어서 대동단결의 축제마당으로서 정초부터 대보름 또는 2월 초하루까지 이어지는 명절의 대단원을 장식한다는 점이다. 줄다리기는 농촌 노동력의 주축을 담당하는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로서, 줄의 제작으로부터 경기에서의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이후까지 주민들을 한마음으로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대동놀이의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줄다리기의 방법

줄다리기는 줄의 제작에서부터 시작된다. 큰 줄다리기에서 사용되는 줄은 둘레가 20∼30㎝에서 최대 180㎝, 길이 30∼40m에서 때로는 300m에 이르는 대형의 것이기에 모든 주민들이 합심하지 않고는 만들 수 없다.

모든 짚단으로 가닥을 꼬고, 여러 가닥의 줄을 다시 묶어서 거대한 몸줄을 만드는데, 때로는 소금물을 뿌리면서 매를 때리기도 하고, 수레바퀴에 감아 당기는 등 단단하게 하여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

이렇게 만든 줄은 사람 몸통보다 굵기 때문에 잡아당길 수는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잡을 수 있도록 곁가지 형태의 줄을 만드는데, 그 결과 줄은 거대한 지네 모양이 된다. 곁줄은 몸줄의 가닥을 빼는 방식과 별도의 줄을 묶는 방식이 있다. 가닥을 빼는 경우 뒤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반면, 별도의 줄을 묶는 몸줄의 굵기는 한결같다. 암·숫줄은 줄 위에 올라탄 양 쪽 대장의 말싸움에서 이어지는 신경전과 몸싸움을 거친 연후에 결합한다.

줄다리기의 승부는 단순하다. 잡아당긴 편이 이기는 것이다. 지역마다 시간과 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줄다리기에서는 불과 5분 정도에 승부가 판가름난다. 양쪽으로 5∼6m 거리에 선을 그어서 중심이 그 지점에 도달해야만 승리를 인정하는 곳도 있는데, 이럴 경우승부가 길어진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달빛 아래에서 잡아당기다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 긴 시간에 걸쳐서 승부를 겨룬다. 줄다리기는 줄을 당기는 사람들만의 승부가 아니다. 여러 마을에 온 풍물패들을 중심으로 응원을 나온 사람들이 함께 하는 축제이다.

구경꾼들로 있다가 자기편이 불리해지면 거리낌없이 끼어 드는 일은 다반사이며, 마을 단위의 줄다리기에서는 청·장년층이 힘껏 잡아당기지 못하도록 응원꾼들이 훼방을 놓아도 전혀 제지를 하지 않는다.
200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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