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박해가 시작되자, 전국의 감옥이 메워 터졌고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천주교 신자들이 무수히 처형되기 시작했다. 박해기간동안 해미성지는 수천 명의 이름 모를 순교자들이 웅덩이와 구덩이로 내몰린 채 생매장당한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해뫼'라고도 불려지던 해미고을은 역사적으로 조선 초기에 병마 절도사의 처소를 둔 곳으로서, 일찍이 천주교가 전파된 내포지방의 여러 고을 가운데서 유일하게 진영이 있던 군사요충지였다. 진영의 수장은 내포 일원의 해안수비를 명목으로 국사범을 독자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주로 면천, 덕산, 예산 등지에 살던 천주교 신자들의 마을을 해미 진영 군졸들이 수시로 급습하고 재산을 약탈한 후 신자들을 체포하여 해미 진영 서문 밖 사형장에서 처형하였다. 체포된 신자들 가운데에 양반층은 홍주, 공주, 서울로 이송되었으나, 대부분의 신자들은 아무런 기록도 남겨지지 않은 채 해미에서 처형되어, 글자 그대로 무명 신자들이 수천 명 순교하였다.
1866(병인)년 이후 몇 년 간의 대박해 동안에만 순교한 숫자가 1천여 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1790년대부터 희생된 순교자가 3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름이 알려진 순교자는 박취득(라우렌시오)등 수십 명 뿐이다.
해미성지는 오른편의 성지와 왼편의 생매장터로 나누어진다. 생매장터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름 모를 순교자들의 묘가 합장되어 있고, 그 뒤로 순교자탑이 건립되어 있다. 건너편 성지로 가면 '여숫골'이라는 돌이 세워져 있고, 그 뒤로 십자가의 길과 순교자의 길이 이어진다. 야외성당에는 돌로 만들어진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다. 왼편으로는 순교자들을 빠뜨리던 진둠벙이 있다.
단순히 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신자들은 해미에 끌려와서 여러 형벌로 죽음을 맞이한다. 진둠벙이라는 연못에 사람을 줄지어 세운 후 배교하는 사람은 돌려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밀어 물에 빠뜨려 죽게했다.
수많은 신자들을 삼킨 진둠벙은 당시 신자들의 피가 모여 물빛이 붉게 변하고 그 형태가 십자가 형태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다른 신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도 아무도 나서서 구해줄 수 없었기에 배교자가 다른 곳 보다 많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른 하나의 처형으로는 구덩이를 파고 사람들을 그곳에 들어가게 한 후 그냥 흙으로 덮어 버리는 생매장이 있었다. 이 곳에서 생매장당한 순교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당시의 기록상으로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을 할 뿐이다.
수천명에 달하는 신자들이 생매장 등으로 죽어가면서 "예수 마리아여..."만 외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이름이 '여숫골'이 되었다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해는 1935년 서산본당의 주임신부와 다른 신자들에 의해 서산본당의 상흥리 무명 순교자묘소로 옮겨 안장되었다. 이후 해미성지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이곳으로 다시 유해를 옮기고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순교탑을 세웠다.
순교자들을 고문하고 처형했던 해미 읍성에는 신자들이 갇혀 있던 감옥터가 있고 그 옆에는 고문대로 쓰던 호야나무가 남아 있다. 이 나무 위에 머리를 묶인 채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것이다. 서문 밖 순교지에는 1956년에 서산 성당으로 이전, 보존되었던 자리개 돌다리가 1986년에 원위치를 찾아 복원돼 있다.
해미성지의 특이한 점은 십자가의 길이다. 칼모양을 한 대리석에 판화형식으로 만든 십자가의 길은 양면이 다르다. 한면은 십자가의 길이 조각되어 있고 다른 한면에는 순교자의 길이 조각되어 있어, 이곳에 순례오는 사람들이 순교자들의 삶에 대해 짧게나마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두었다. 덕산에서 해미로 넘어오는 길에 있는 한티고개는 신자들의 압송로로 도보순례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위치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274-22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서산터미널에서 해미행 버스를 타고 해미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주유소 방면으로 조금 걸어가면 해미성지로 갈 수 있는 표시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10분만 걸어들어가면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면 멀리 탑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해미성지이다,
(자가운전) 충남 예산에서 서산시 쪽으로 32번 국도를 따라 덕산 온천을 지나 연장이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바로 해미에 닿는다. 해미 읍성 주변에 순교 사적지가 산재해 있다. 문의 해미 성지 관리소 041-688-3183, 해미 성지 사제관 041-688-48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