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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모은 미술자료로 데이터베이스 만든다--
미술자료 수집매니아 강효주 |
| 토요일 오후, 강효주(49세, 하나은행 강남지역 본부장)씨는 어김없이 미술관을 찾는다. 이 땅에서 열리는 미술전시회를 빠짐없이 점검이라도 하려는 걸까. 마치 순례라도 하듯 미술관에서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그의 바쁜 발걸음은 전시장 문이 모두 닫힐 때까지 멈춰질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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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올 때쯤, 그의 품에는 전시장에서 구한 팜플렛들이 묵직하게 안겨져 있다. 남들이 보면 그저 한 번 보고 버리는 일회용 팜플렛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미술자료다. 그의 미술관 순례는 매주 주말마다 계속되는 일과 중 하나다.
미술자료 5만여 점으로 데이터베이스 준비
지적이면서 빈틈없어 보이는 생김새, 그리고 요직을 두루거친 현직 은행 간부에게서 풍겨나오는 중후함. 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재빠르면서도 꼼꼼하게 감상해 나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미술관을 위해 마련된 듯 자연스럽고 세련돼 보인다.
"미술에 관심이 많다보니 관련자료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뭐 하나 제대로 남아있는 자료가 드물어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해지곤 합니다. 미술 전시회의 작은 팜플렛 하나, 관련 잡지의 기사 하나가 지나고 보면 모두가 소중한 자료인데... 누군가는 제대로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는거죠."
그가 가지고 있는 미술자료는 자그마치 5만여 점.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집안 구석구석을, 사무실 이곳저곳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의 양이다.
질적으로도 아주 가치있는 자료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 최초의 미술잡지인 '신미술' 1956년 창간호를 비롯한 미술 잡지와 서적이 수천 권, 손수 스크랩한 미술 관련기사만도 수천권 분량이 된다.
그의 자료들은 현재 작가, 장르, 작품명, 전시화랑 등 십여 가지 검색어로 분류돼 국-영문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있으며 이 데이터베이스는 곧 인터넷에 띄워져 전세계의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이버화랑'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30년째 계속되어 온 주말 미술관 순례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30년, 강효주씨의 미술관 순례습관은 역사가 길다. 대학시절부터 시작한 미술자료 수집도 벌써 25년째.
그는 현재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판화수집가이기도 하다. 미로, 샤갈, 피카소 등, 그가 소장하고 있는 판화들은 국내외의 내노라하는 거장들의 작품 수백점. 90년대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강효주 컬렉션 전시회를 열자고 제의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소장품들은 아직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다.
강효주씨의 주말 스케줄은 수십 년 계속해 온 미술관 순례를 위해 여전히 비워져 있다.
주말에 그는 혼자다. 미술작품들을 만나고, 미술자료를 수집하는 소중한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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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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