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음식 자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사찰음식은 조금은 싱겁지만 독특한 맛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화려하지 않고 간소한 불교정신이 담긴 사찰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의 최대 경지에 이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찰음식의 유래
사찰음식은 절에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유서 깊은 산사에는 전통 있는 음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부터 한국의 궁중음식과 사찰음식은 한국의 특수음식으로 쌍벽을 이루었기 때문에 사찰음식은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 고대 불교가 전래된 것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서 인데, 불교사에서는 그 유래 시기를 삼국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불교가 신앙으로서 한반도에 자리잡으면서 그에 따라 불교 음식도 유래되었고, 불교가 다른 종교와는 다르게 토속 신앙을 배척하지 않고 감싸안았듯이 사찰음식 또한 고유한 한국 토속 음식과 섞여 발전하게 된 것이다.
맨 처음 사찰 음식은 불교가 공인되면서 왕실의 보호 속에서 궁중음식과 만나게 되었고, 호국적이고 귀족적이던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오면서 정치적 탄압에 의해 위축되기도 했다. 그때 한국 서민들에게 불교가 유일한 종교적 위안과 용기를 주면서 전통 종교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게 되었고 승려들은 민중을 교화하였다.
사찰음식 또한 궁중 음식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평민들의 민속음식과 접하면서 좀 더 토속적인 분위기를 갖추게 되었다.
사찰음식의 특징
사찰음식이란 마늘, 파, 달래, 부추, 홍거를 뜻하는 '오신채'와 산 짐승을 뺀 산채, 들채, 나무뿌리, 나무 열매, 나무 껍질, 해초류, 곡류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되 음식의 조리 방법이 간단하여 주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도록 양념을 제한하고 인위적 조미료를 넣지 않는 음식이다.
여기에서 흥미롭게 여겨지는 부분은 사찰음식은 불교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가장 간소하고 겸허한 자세로 시작되었으나,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첨가도 없는 그 자체만으로 맛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었으며 고유의 맛의 문화를 이루게 되었다는 점이다. 식욕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최소로 줄이려는 불교 정신이 오히려 맛을 최대 경지로 이끌었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맛의 문화는 세속과 격리된 절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으며, 이제는 특별히 사찰음식 전문 식당을 통하여 종교를 떠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범위로 확대되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까닭에 그 맛과 조리 방법이 한 가지로 묶여지지 않았다.
같은 명칭의 음식도 각 지방의 절에 따라 만드는 방법의 차이가 있게 되고 당연히 맛의 차이가 두드러지자, 각 절마다 독특하고 유명한 사찰음식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통도사에는 맛과 생김새에서 특별한 떡이 있었는데, 떡이 얼마나 얇은 지 그 뒷장이 모두 비치고 입에서 녹는다 하여 이를 '세편'이라 부른다. 또한 부산 범어사에는 조선시대 때 일어난 전쟁인 임진왜란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아침마다 쑤어온 흰죽이 유명하다. 이 흰죽의 시작은 임진왜란 당시 병사와 고통을 같이 하자는 취지에서 세끼 식사 중 한끼는 죽으로 하자는 데서 비롯되었다.
또한 이 죽이 면면이 이어오면서 결들여지는 음식으로 장아찌의 맛이 발달된 것도 주의할 만 하다. 이 두 절에서 각기 유명한 음식인 통도사의 세편은 전해지지 못하고 범어사의 흰죽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점은 다시 한 번 사찰음식의 폐쇄적 전수방법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