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순천] 한 해의 벼농사를 이 나무의 꽃피는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어 치성을 들였던 신목, 순천 쌍암면 이팝나무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평중리 35번지, 광주에서 순천으로 향하는 국도변 부락 앞에 자리잡은 천연기념물 제36호, 쌍암면 이팝나무의 나이는 약 4백년으로 추정된다. 1962년 12월3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쌍암면은 승주읍 승격 전의 옛 이름이다
길 언덕의 바위위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으로 향한 뿌리는 바위를 감싸고 있다. 동쪽에 서 있는 느티나무와 함께 정자목의 구실을 하며 원래는 신목(神木)이었다고 한다. 지방에 따라 니팝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해마다 5월 입하(立夏) 무렵이면 새 가지 끝에 하얀 꽃이 많이 피어서 마치 밥그릇에 쌀밥을 담아 놓은것 같다고 하여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특히 예로부터 이 나무의 꽃이 한꺼번에 피면 그해의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주민들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아오고있는 나무이다. 즉 이팝을 많이 먹게 해주느냐 못하느냐를 점치게 하는 나무라고 여겨져온 것이다.
점치는 나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학적인 근거도 다분히 있는 얘기라고 하는데, 대개 모내기철에 피어나는 이팝나무의 꽃은 개화시기인 그 때의 기후가 꽃이 잘 피어날 수 있을만큼 좋으면 모내기도 잘될것이고, 따라서 모가 잘자라면 풍년이 드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 당시의 기후환경이 나쁘면 모내기도 잘안돼서 흉년이 들것이라는 것이다.
이팝나무에 얽힌 전설도 있다.
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워낙 착하고 부지런해서 흠잡을 일이 없었건만 독한 시어머니는 끊임없이 트집을 잡아 이 착한 며느리를 구박해댔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불평도 없이 살아가는 며느리를 동네 사람들은 모두 칭찬하고 동정했다.
어느 날 이 집에 제사가 있어 조상께 올릴 쌀밥을 며느리가 짓게 되었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에 늘 잡곡밥만 짓고 살다가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그게 수월치 않았고, 며느리는 밥이 잘못되어 시어머니에게 또 트집을 잡힐까봐 지레 걱정을 하다가 결국은 뜸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밥알 몇 개를 떠서 먹어보았다.
바로 그 때 공교롭게도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왔고, 제삿상에 올릴 쌀밥을 며느리가 먼저 퍼먹는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결국 이같은 학대에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곧바로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고 말았다.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솟아났고, 무럭무럭 자라난 그 나무는 모내기 철이 되자 하얀 쌀밥을 닮은 꽃을 나무 가득 피워냈다.
쌀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된 나무여서 꽃도 그런 모양으로 피어난 것이라 믿은 사람들은 그때부터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원래 이팝나무는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에 서식하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최대 높이는 약20m에 이르며 가지의 표면 색은 회갈색을 띠고 어린 가지에는 털이 약간 있다.
타원형으로 생긴 잎은 마주 나며 길이는 약 4∼10㎝, 너비는 약 2.5∼6㎝ 가량 된다.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어린 잎에는 톱니가 있다. 잎의 뒷면에 갈색의 털이 있으며 잎자루가 길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보라빛을 띠는 검은색으로 9∼11월에 익는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관상용으로도 적합해 정원수나 풍치수로 가꾸는 이 이팝나무의 꽃은 중풍 치료에 쓰이고, 목재는 건축이나 가구재료로, 목질부에서는 염료를 뽑아 쓰기도 한다.
1995년 1월1일자로 순천시와 승주군이 통합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승주시에는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선암사에는 보물 400호인 승선교를 비롯하여 역시 보물 395호인 선암사 삼층석탑 등 다수의 문화재가 위치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