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아시아관 신안해저문화재실에서 테마전 <마음을 담은 그릇 - 신안 향로>을 개최한다. 10월 28일부터 2010년 4월 23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14세기 동아시아에 불었던 ‘향香 열풍’이다.
1323년 중국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지금의 닝보(寧波)에서 일본의 교토(京都) 일대로 출발하였던 무역선박이 700여 년의 멈춰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1975년 우리나라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되었다. 그 후 약 10년 동안의 발굴·조사를 통해 신안무역선에 실렸던 중국의 각종 도자기, 생활용품과 함께 인도,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남방지역에서 자생하는 향료 및 향목이 발견되었으며 당시 향을 피우거나 담는 향로와 향합 그리고 향을 피울 때 썼던 향 도구 등이 발굴되었다.
그 동안 신안출토 유물들은 다양한 주제로 공개되어 학계는 물론 관람객에게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마음을 담은 그릇, 신안향로> 전시는 700년 전의 향의 효용과 사용 계층 및 범위를 보여주고자 마련하였다.
향은 원래 종교적 혹은 의례적 의미가 강하지만 몸과 정신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연인을 위한 화장수가 되기도 하였다. 때로는 유희의 대상이 되어 치명적인 유혹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당시 향을 피우고 담는 향로와 향합은 집안을 장식하는 사치품이 되기도 하였으며 또한 당시 지식인에게 있어 향은 현실과 유토피아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매개체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당시의 향은 삶에 대한 여유이자 경건함의 표현이며, 이상의 세계를 향한 숨 돌리기이자 또한 피로를 달래주는 한 타래 소망이었던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우선 종교적 혹은 제례와 관련된 향의 사용을 볼 수 있으며 사대부의 이상향의 세계와 향, 여인의 생활 속에 반영된 향의 사용과 추구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향을 유희로 여겼던 놀이 문화와 함께 향로, 향합, 꽃병 등을 집안의 장식품으로 진열하면서 향을 피우지 않고도 향을 느끼고 즐겼던 고차원의 향 문화를 느껴 볼 수 있다. 그리고 고대 청동기 형태를 모방한 향로를 사용함으로써 정치적 이상향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였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또 한번 신안유물이 14세기 동아시아의 교역 내용과 문화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임을 인식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일시] 2008년 10월 28일~ 2010년 4월 23일
[전시 장소] 국립박물관 아시아관 신안해저문화재실
[문의] 02)2077-95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