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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이목구비 관상에서 솟는가?
좌청룡 우백호 풍수 타고 나는가?

"복(福)"이란 "운수"나 "행운"과 관련이 있는 말로서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에 의해서 눈에 보이지 않게 돌아가는 아주 좋은 삶의 모양, 즉 두루 넉넉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복(福)은 한국인의 밑바닥에 끈끈하게 자리잡은 신앙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란 말이 있다.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백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땅을 쓴다는 것은 근면과 청결과 반듯한 마음가짐을 뜻하는 것이니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부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그대로 나타낸 말이며, 문을 연다는 것은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한 상호 교류와 개방적인 사고(思考)를 가리키는 말로서 이는 곧 복을 불러들이는 원천이 된다는 뜻이라 여겨진다.

"복"이란 한자의 어원은 "시(示)"와 "복(副)"의 회의문자(會意文字)이다. "시"는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신의(神意)의 상형문자이고, "복"은 복부가 불러오른 항아리를 나타내는 상형문자라 하는데, 이 두 문자가 결합한 의미를 함축해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의 해석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또 "복"이란 제사 때 신명(神明)에게 올리는 술과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제사를 마치고 음복을 하는 것은 그 복을 모든 사람들이 나누어 마심으로써 신명의 덕을 입을 수 있다는데서 유래되었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복"이란 삶 그 밑바닥에 끈끈히 자리잡고 있는 신앙과도 같은 존재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을 받으면서 태어나 복을 비는 마음 속에서 자라고, 복을 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다가 다시 복을 기원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죽어간다고 할 수 있다.

설날 세배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든가 가족 친지끼리 둘러 앉아 복에 관한 덕담을 나누는 것 자체가 곧 복에 관한 기원과 희망을 언어생활에 나타낸 것이며, 모든 일상사에 있어 대길(大吉)과 만사형통을 비는 것도 복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말로서의 복은 "복이 있다", "복스럽게 생겼다", "복을 타고 난다", "복이 달아난다" 등 숱한 말들이 쓰여지는데, 예전에는 작명을 하는데 있어서도 "복동", "복수", "만복", "복실", "복순" 등 복 자를 넣어 지음으로서 자손들이 다복한 생활을 영위함과 아울러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갈구하기도 했다.

복이 하늘에서 내려진다는 천정론(天定論)을 잘 나타내준 고전의 한 대목으로는 흥부전에서 흥부 마누라가 슬피 울며 읊는 박복타령을 꼽을 수 있다.

"애고 애고 설운지고. 복이라 하는 것은 칠성님이 마련하시는가. 산신령이 점지하시는가. 생년월일시 팔에 매였는가. 이목구비 관상에서 솟아나는가. 좌청룡 우백호 풍수 타고나는가"

박쥐는 복의 상징

복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의식주생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복자(福字)와 관련된 길상문자(吉詳文字)가 특히 많이 쓰이는데, 예를 들면 아이가 태어나면 맨 먼저 싸주는 강보에 흔히들 수놓는 문자가 바로 복자이며 갓난아이의 베갯모에도 복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부녀자의 한복과 여염집 침구 등에도 두루 복자를 새긴 것은 물론 반짓고리, 장신구 등에는 복자나 또는 복을 상징하는 박쥐로 장식한 것이 많다. 특히 편복(偏輻)이라 불리는 박쥐는 그 한자어가 복과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하여 복의 상징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궁중에서 왕비나 공주가 입던 원삼과 활옷, 할머니가 허리춤에 항상 차고 있던 귀주머니 등에서도 복자는 쉽게 발견되고 있으며, 부녀자들이 매단 노리개에는 여러 형태의 박쥐들이 오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장식되곤 했다.

한편 식생활에 있어 복자는 음식류나 식기 등에 많이 쓰여져 왔는데, 다식판에 새겨진 복자가 바로 그것이고, 복자가 새겨진 떡살도 널리 퍼져 있었다. 정월 대보름날 먹는 김쌈과 복날에 싸먹는 들깻잎 쌈 역시 복쌈이라 불렸고 회갑상에 오른 음식에도 복자나 수(壽)자를 써서 만복과 장수를 기원했다.

또 찬합, 주발대접, 수저, 소반, 전골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우리네 식기에도 복자는 의례껏 새겨져 있었으며, 사람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복스럽게 먹는다"고 했고, 자칫 방정맞은 행동을 할때면 "복이 달아난다"고 꾸짖음을 받기도 했다.

주(住)생활에 있어서도 복자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장롱, 반닫이, 문갑, 창문, 벽걸이, 심지어는 문을 바르는 창호지에도 이 복자는 활용되고 있었으며, 집터를 고를 때도 좋은 복지(福地)를 찾기위해 풍수지리설을 따르곤 했다. 입춘날 대문에 써불이는 입춘방에도 부여해(富如海), 내백복(來百福), 인간오복래(人間五福來), 춘만건곤복만가(春滿乾坤福滿家) 등의 글귀를 주로 애용했다.

복에 대한 풍속으로 우리는 흔히 복조리를 기억해 낼 수 있는데, 섣달 그믐밤 자정이 지나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복조리 사라는 소리는 지금도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찍 살수록 좋아 남보다 먼저 구입하려고 서두르게 되는 이 복조리는 1년 동안 쓸 수량만큼을 사들여서 둘이면 둘, 셋이면 셋을 한꺼번에 묶어 방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아 두었다가 사용을 했으며 그 조리 속에 돈과 엿을 넣어두면 더욱 좋다고 하여 흔히들 그렇게 했다고 한다.

오복 중 첫째는 장수(長壽)

복에 대해 말할 때는 오복(五福)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오복이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말하는데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를 꼽기도 한다.

오복 중 첫째는 장수(長壽) 인데 인간의 공통적인 소망은 역시 오래사는 일인지라 으뜸으로 꼽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둘째는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고자 하는 부이고, 셋째인 강녕은 일생동안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또한 크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넷째가 유호덕으로서 덕을 좋아한다는 뜻인데 이웃이나 사회에 대한 봉사를 중요하게 여긴 옛 선인들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말이며, 마지막으로 죽음을 깨끗이 하고자 한다는 고종명은 편안하게 자신의 일생을 마감하려는 경건한 기원이 짙게 배여있는 말이라 할것이다.

민간에서 바라던 귀와 자손중다는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귀한 존재로서 입신하는 것을 갈망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자손이 번창하면 그것이 곧 만복의 근원이라는 소박한 바램 또한 중요하게 꼽히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게하기에 충분한 말이라 하겠다.

200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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