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속놀이 가운데는 여성들이 전유물처럼 즐기는 놀이가 몇 개 있다. 널뛰기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인데, 여성들의 사회적 출구를 거의 폐쇄시켰던 유교 문화의 조선시대(1392∼1910)에 특히 널뛰기는 여성들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다.
널뛰기가 뭐냐고?
널뛰기는 부녀자, 특히 처녀들이 가장 즐겨 행해온 대표적인 놀이로 전국에 고루 분포하며 지금도 음력 정초에서 보름까지를 비롯해 단오, 한가위 등 큰 명절에 행해지고 있다.
뜰 안 담장 곁이나 마당에 짚이나 가마니로 중심이 될 ‘널밥’을 만들어 가로로 놓고 그 위에 기다란 널판을 세로로 얹어놓은 다음 두 사람이 널의 양편에 각각 올라서서 널을 뛰는 놀이이다.
아주 옛날부터 어여쁜 처녀들이 모여 널을 뛰는 모습은 젊음의 약동 그 자체였다. 널뛰기는 역동적인 신체 단련의 기회가 적었던 전통 사회의 여성, 특히 처녀들에게 더 없이 유익한 놀이였다고 할 수 있다.
평소 외출할 기회가 없었던 규수들이 이때 높이 뛰어올라 바깥 세계를 구경하는 기쁨을 맛보았던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널뛰기의 역사
널뛰기의 유래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그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폐쇄적인 여성관이 자리잡기 전인 고려(935∼1392) 이전부터 전승되어 온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의 여성 윤리는 가능한 한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몸놀림을 억제하였는데, 이러한 시대에서의 널뛰기는 비인간적 제약 아래 있던 여성들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을 것이다. 널뛰기는 처음에 생겼을 때의 놀이의 모습과 지금의 놀이 모습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놀이이기도 하다.
놀이 방법
보통 집 마당에서 놀기도 하지만, 정초나 정월 대보름 등 온 동네 부녀자들이 모여 놀기 위해서는 수확이 끝난 논이나 밭에 널을 여러 개 설치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웃으면서 논다. 널뛰기는 아이들에서부터 중년까지 모든 연령층의 여성들이 서로 어울려가며 할 수 있는 놀이이지만, 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몸집이 비슷한 사람들이 마주 뛰는 것이 좋다.
놀이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마니나 짚단을 뭉쳐서 판의 중심이 되는 ‘널밥’을 만들어 가로로 놓고 그 위에 기다란 ‘널판’을 세로로 얹는다. 널판의 넓이와 길이는 다양하지만 널밥의 두께와 비례가 맞아야 한다. 널밥의 부피가 크면 널판도 넓고 길어야 판이 깨지지 않는다. 그리고 널판 양끝에 한 사람씩 서서 균형을 맞추어 번갈아 뛰어오른다.
널뛰기는 보통 겨루기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널판 위에서 뛰어 올랐다가 발을 세게 구르면 상대방도 역시 충격을 감소시키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가 높이 뛰어오르게 되고, 만약 균형을 잃어 널판 위에 내려서지 못하면 지게 된다.
발이 얼얼해질 정도로 널판을 세게 굴러 뛰어오르면 머리가 흔들거리고 댕기는 팔랑거리며 치마 자락도 바람에 날리게 되는 것이다. 또 공중으로 높이 솟구치면 눈이 휘둥그래지고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널판을 구르고 솟구치며 균형을 잡노라면 그 동안 억눌려 있던 우리 몸이 활력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널뛰기 놀이의 세시 풍속적 의미는 새해에 복을 빌고 건강할 것을 기원하는 축원적 내용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