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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다리를 밟으면 복이 온다 - 다리 밟기 놀이

만약 1월이나 2월에 한국에 머물렀던 사람이라면, 아주 특이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 모습을 서울에서 볼 수는 없지만, 음력 1월 15일 대보름날 사찰이나 명승지에서 사람들이 다리 위를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하면서 도는 모습을 말이다. 이 것을 다리 밟기라고 하는데, 한국의 명절인 대보름날 행해지는 대표적인 놀이이다.
다리 밟기의 유래와 의미

다리 밟기는 전국적으로 고루 나타나는 놀이이다. 특히 옛날에는 대보름날이 되면 사람들이 다리 위에 인산인해를 이루어 북을 치거나 장고를 두드리고, 피리, 호적 등을 불며 건너다니는 등 야단법석이었다고 한다. 다리 밟기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옛 문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고려시대(935∼1392)에 시작되어 조선 왕조(1392∼1910)에 크게 성행되었다고 한다.

이 놀이는 새해를 맞아 모든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데 그 뜻이 있다. 한 해의 여러 질병이나 재난 등을 일소하여 탈 없이 한 해를 보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놀이의 의미인 것이다. 특히 대보름날 다리를 밟으면 그 한 해 다리가 튼튼하다고 믿었는데, 이는 한국말에서 다리와 다리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다리 밟기의 에피소드

17세기 초의 문헌에 보면 보름날 밤의 답교놀이가 태평스러운 시대에는 매우 성하여 남녀가 줄을 이어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기에 법관들이 금해서 체포까지 하게 됐다고 하며, 따라서 당시 풍속에는 더 이상 여자들이 다시 다리를 밟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19세기 초의 또 다른 문헌에는 서울에서 정월 보름날 저녁에 열두 다리를 건너면 열두 달 동안 액을 막는 것이라 하여 재상과 귀인으로부터 촌의 서민에 이르기까지 늙고 병든 사람 외에는 나오지 않는 이가 없을 만큼 다시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옛날 서울에는 다리의 수가 몇 개 되지 않아 정월 대보름날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1752∼1800) 때의 화가 신윤복의 풍속화에도 여성들의 답교 풍경을 그린 것이 있으며, 그 밖의 그림에도 부녀자들이 다리 밟기를 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타난다.

놀이 성격

다리 밟기는 개인의 행복이나 기쁨, 그리고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집단놀이의 하나이다. 즉 여기에는 제사적인 성격이 담겨 있다. 또한 다리 밟기는 남녀노소가 구분 없이 행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남녀, 혹은 신분의 분리가 엄격했던 당시에 남자와 여자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을 하고, 남녀가 어울리는 장소가 왜 하필 다리여야 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은 다리는 물로 경계를 이루고 분리되어 있는 두 지역 혹은 세계를 연결하는 수단이라는 데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한국의 무속에는 ‘다리굿’이라는 것이 있는데, 죽은 자를 좋은 곳으로 가게 하는 제사이다. 이 굿 과정 중에 허공 중에 무명 천을 매어 이것을 죽은 자의 영혼을 천당으로 건네주는 다리로 인식하고 있다. 즉 다리는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교류하는 곳의 상징인 것이다.

놀이 방법

다리 밟기는 병을 피하거나 일년의 액을 막기 위해 그저 다리 위를 왔다갔다하는 것만이 아니라 농악을 앞세우고 춤을 추기도 하고, 다리 위나 근처에 술자리를 베풀어 즐겁게 지내기도 하는 종합 놀이이다.
다리를 건너는 방법도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12개의 다리를 건너는가 하면, 다리 셋을 건너면 되는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에서는 제일 큰 다리나 가장 오래된 다리를 자기 나이 수대로 왕복하는 수도 있다.
200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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