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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불놀이, 횃불 싸움

한국 속담에 ‘불 구경은 돈주고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불 구경만큼 흔치 않고, 재미있는 광경도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 구경의 차원을 넘어, 아예 불을 가지고 노는 민속놀이가 있다. 횃불싸움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불놀이, 횃불싸움. 어떤 것일까.
횃불싸움의 방법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 날 밤에 주로 청소년들에 의해서 행해진 이 놀이는 대보름 날 며칠 전부터 횃불싸움에 사용할 홰를 만든다. 낡은 마당비 또는 대나무, 싸리나무 등을 묶어서 만드는데 횃대의 수는 제한 없이 필요한 만큼 만든다. 먼저 대를 준비하고, 관솔꾸러미, 헌 솜뭉치, 밀랍 혹은 기름 등으로 만든다. 이때 기름을 듬뿍 먹인 솜뭉치를 함께 비틀어 매서 만든 홰는 아무리 두들겨도 불이 꺼지지 않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모든 지혜와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지방에 따라서는 달집이라 하여 청솔 가지와 볏짚으로 엮은 작은 집을 짓고 그 안에 불 잘 붙는 기름걸레나 기름 솜뭉치들을 넣은 다음 달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풍물을 치면서 즐기는 ‘달집태우기’의 놀이도 이 놀이의 변형으로 보기도 한다. 보름날 저녁이 되면 각기 준비한 횃대를 지니고 마을 뒷산이나 언덕으로 모인다.

보름달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면 두 마을의 청년들 사이에 횃불싸움이 시작된다. 농악대가 타악기를 쳐 올리고 무리를 지어 들판으로 나가서 양편이 맞선다. 달이 떠오르는 때를 맞추어 어느 한편의 주장이 먼저 상대편의 약을 올리면 상대편에서도 갖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이렇게 얼마 동안 욕설을 주고받다가 농악대가 악기를 쳐 올리면 용기를 얻은 젊은이들은 이마에 수건을 동여매고 홰에다 불을 붙여 들고 “자 오너라” 하고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든다. 이들은 손에 든 횃불로 횃불만을 서로 때리며 넘어뜨린다.

이와 같이 서로 때리고 싸우는 가운데 자연히 하나 둘 항복하는 자가 생기게 된다. 나중에 이 항복하는 자가 많이 난 편이 지는 것인데 횃불이 없어지면 싸움도 그친다. 이 놀이는 참가한 연령대 별로 상대한다. 싸움이 벌어지면 양편이 함성을 지르며 서로 어울려 싸우는 모양이 전쟁과 다름없다. 이 횃불싸움은 보기와는 달리 큰 부상자는 나지 않으나 머리를 그을린다거나 옷을 태우는 정도라고 한다.

횃불싸움 의미

이 놀이에도 주술적 의미가 있어 진 편은 그 해에 흉년이 들고 이긴 편은 풍년이 든다고 한다. 풍요 다산의 상징인 보름달 아래서 횃불싸움을 벌이는 것은 보다 풍요로운 신년을 맞이하려는 기원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횃불싸움은 남성적인 놀이로서 청소년들에게 진취성과 용감성을 길러준다.

횃불싸움의 분포

대체로 강릉을 비롯한 영동 지방과 함경도 및 경상도의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성행되던 놀이이다. 그밖에 중부 지방에서 행해졌다고 전해지는데, 경기·충청·전라도지역에서 부분적으로 행해졌다. 현재에도 몇몇 곳에서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200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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