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최남단 바닷가, 깨끗한 바다의 다도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남진의 고장인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한재공원 부근 능선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3만여평 규모의 자생 할미꽃 군락지가 있다.
이 군락지는 2월 하순부터 3월초에 꽃봉오리가 본격적으로 올라 와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서, 할미꽃의 전설을 통해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체험교육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할미꽃(Pulsatilla koreana)은 흰 털을 잔뜩 뒤집어 쓴 꽃대와 잎, 한쪽으로 구부러진 채 피는 검은 자주색 꽃이 특징인데 그 꽃과 관련된 애절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아주 먼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어린 두 손녀만을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손녀들은 자라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언니는 얼굴이 예쁜 덕에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동생은 아주 먼 곳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가까이 사는 큰 손녀는 할머니를 늘 구박하고 소홀히 대했다. 할머니는 마음씨 착한 작은 손녀가 그리워 해 짧은 겨울 길을 나섰지만 손녀가 사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허기와 추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작은 손녀는 자기집 뒷 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고이 묻었는데, 이듬해 봄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포기가 나와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처럼 땅을 딛고 진홍빛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한재공원의 할미꽃 군락지는 2001년도에 장흥군의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인 속칭 "야사모" 회원들이 야생화 생태조사를 하던 중 자생 군락지를 발견하고 가꾸기 시작하면서 부터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회원들은 매년 2회씩 풀베기를 해줌으로써 할미꽃이 자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