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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의 풍미가 되살아나는, 북성동 차이나타운

그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향긋한 쟈스민차향 내음이 날 것 같다. 출출한데 자장면 한 그릇 생각도 난다. 지나가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멋진 쿵푸동작을 보여줄 것만 같은 차이나타운. 사실 우리나라에 차이나타운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북성동 차이나타운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차이나타운이다. 이곳에 가려면 인천역에서 걸어가는 것이 비교적 쉽고 빠르다. 인천역을 빠져나와 바로 앞으로 난 횡단보도를 건너면 곧 나즈막한 언덕을 만나게 된다. 언덕이라고 해야 보폭 큰 사람이 고작 서른 걸음쯤 성큼성큼 옮기면 어느새 언덕 꼭대기다.

골목 입구에는 낯설게 보이는 패루(牌樓)가 세워져있다. 여기서부터는 붉은 빛깔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거리의 간판과 가게의 문에는 유독 한자가 많다. 차이나타운임을 알려주는 징표들이다.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 60~70년대의 도시 변두리의 정경이 느껴진다.조그만 구멍가게, 빛바랜 이발소, 철물점, 전통 만두집, 밴댕이 횟집.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뛰노는 아이들, 주름진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며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도 예전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중국어 특유의 억센 억양으로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들을 듣고서야 차이나타운임을 실감한다

대원 한약방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른 걸음쯤 옮기면, 1917년에 세워진 인천중화기독교회가 보인다.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맞은편 골목에는 붉은 담장의 기와집이 있는데, 중국인들의 절이자 옛날 쿵푸 도장이었던 의선당이다.

차이나타운은 제물포항이 개항(1883년)하고 한 해가 흐른 뒤인 1884년 청나라 영사관이 설치되면서 중국인 2,000여명이 선린동과 북성동 일대에 투자 이민을 오는 형식으로 형성됐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산 능라 주단을 비롯해서 한약재, 도자기 등 온갖 물품을 거래하는 무역상과 각종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청 요릿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명실공히 인천 최대의 상권으로 이름을 떨치며 1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1960년대의 화교에 대한 각종 규제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이제는 명맥만 남았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간판은 중국 요릿집인 ‘자금성’. 거대한 드럼통만큼 굵은 붉은색 기둥이 출입문을 떠받치고 있고 입구에는 수구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일대의 또 다른 요릿집 풍미라든가 대창반점, 혹은 화교협회 맞은편에 있는 상원도 모두가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사람 가는데, 음식도 따라가는 법이라나. 개항 후, 이 거리에 청인이 자리잡고 살게 되면서 중국 음식을 파는 대중음식점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이 곳에서 부두근로자를 상대로 값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는데, 바로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자장면이었다. 호랑이도 무서워하던 곶감보다 더 군침을 돋우는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곳이 조금 뒤에 찾아갈 공화춘이라 전해진다. 이 곳이 유명해지자 화교 유지들은 인근의 대불호텔을 사들여 북경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중화루 문을 잇따라 열었다. 그 뒤 1차 세계대전에 따른 호황으로 거리에 연이어 음식점이 문을 열면서 인천은 청요리의 본산으로 자리잡았다.

자금성을 지나 풍미를 바라보며 가는 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살림집들은 전통적인 중국풍의 건축양식과 한국적인 생활양식이 절충된 형태이다. 중국인들이 한국땅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건축문화라고 할 수 있다. 대청반점을 끼고 좌회전해서 가파른 언덕으로 오르는 길에도 이런 풍의 집들이 보이지만, 그것은 좀더 원형에 가까운 중국풍이다. 이 땅에 첫 발을 딛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전통적인 중국인의 집이다.

그런 집들을 몇 집 거슬러 가면 왼편으로 화교학교와 화교협회 사무실이 차례로 나온다. 화교학교는 1901년 옛 청국영사관 자리에 세워졌다. 학교 앞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중국요리집 상원 옆에는 복래춘이라는 작은 가게가 있다. 겉에서 보면 허름한 면 단위의 시골 식료품 가게처럼 보이지만, 차이나타운의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키가 닿을 듯이 낮은 가게문을 열고 안으로 쑥 들어가면 벽을 가득 메운 중국민화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진열장에는 복잡한 한자가 씌어진 중국 술병과 월병, 향, 제기 등의 다양한 중국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과자나 빵 종류는 모두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라고 한다.

북성외과의원을 끼고 다시 풍미가 보이면 마지막으로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옛 공화춘 터이다. 풍미를 끼고 돌아서 인천역 방향으로 난 샛길을 내려가면 오른편으로 거대한 2층 짜리 건물이 서있다. 최초로 자장면을 만들어 전국으로 전파시킨 자장면의 고향, 공화춘이다.

공화춘, 중화루 등 중국음식의 명맥을 이어오던 대표적인 청요릿집들도 이젠 자취만 남았다. 공화춘은 간판에 새겨진 빛바란 글자의 흔적만이 남아 이제는 비둘기의 안식처가 되어 있다.중화루는 20여년 전 허물어져 세탁소 옆 빈터가 됐다.

차이나타운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영화 ‘북경반점’과 ‘엽기적인 그녀’가 촬영됐고, 쓰러져가는 2층 양옥집인 북성외과의원은 여러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골목 곳곳에는 밴댕이 횟집도 들어섰다.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예전에 뱃사람들의 휴식처였다.그물을 걷고 새벽녘에 돌아온 어부들은 차이나타운에서 밴댕이회에 막걸리 한사발을 걸치며 여독을 풀었다.

차이나타운 시범거리 조성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인천광역시 중구 북성동, 선린동, 항동, 해안동 일원을 볼거리, 살거리, 놀거리가 다양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각시켜 중국인 등의 무역상인과 내   외국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수입의 증대를 위한 목적으로 ‘차이나타운 시범거리’가 조성된다.
사업비 54억원을 투자하여 ‘지중화사업’, ‘가로등 설치’, ‘도로포장’, ‘하수도정비’, ‘Sky Hill - 분수대, 계단, 휴식시설 조성’, ‘패루설치 - 3개소’ , ‘시범구간 조형물 설치 및 외장 치장’, ‘중국문화원 및 주차장 조성 - 국비 20억원 추진 예정’ 등이 사업으로 추진된다.

[위치] 인천시 중구 항동   
[찾아가는 길] 인천역에서 내려 걸으면 5분 거리다. 시내버스를 탄다면 2, 15, 23, 45, 51, 101번이 모두 인천역이나 동인천역에 정차한다.
[문의] 인천광역시 종합관광안내소 032-760-7434(인천역 광장에 위치), 인천광역시 관광진흥과 032-440-3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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