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후배가 터 잡은 그곳에서 몇 번 약올림이 있었다.
마당가 물앵두나무가 가지마다 빨강열매 달고 '술안주'로 먹어주셈 꼬시고 있다고..
술병 들고 나무에 올라가 걸터앉으면 술자리 준비는 땡 이란다.
술 한 모금 병나발 불고 물앵두 한 주먹 따먹고 그거 자동이면 천하에 부러울 게 없다고..
나무 위에서 풍경구경하고 춘풍 살랑거림 맛보며 취해봄이 어떠냐고..
햐~ 이런 춘절 소품 갖고 약올리니 존나 약오름은 당근~
나라가 뒤숭숭하게 어이없는 탄핵정국이니 시험에 들지 말도록 참아야하느니..
그럭저럭 참아내긴 했으나 가슴속 낭만의 한은 이미 맺힌 것.
그리하야~ 벼르고 벼른 나머지 내려간 것이다.
섬진강을 옆으로 끼고있는 구례에서 하동 가는
19번 국도엔 벚꽃이 양쪽으로 좍 도열해서 손님 맞는 채비를 하고 있다.
일제히 만발해져 열병 사열 받을 날이 몇 날 남았는데도
춘심을 알린다고 앞서가는 급한 승질 땜새 먼저 피어 자태를 뽐내는 놈들이 있다.
봄맞이에 굼뜬지 아직 꽃망울만 내밀고있는 늦둥이들도 있고..
서울보다 온도가 평균 7도쯤 높은 이곳은 봄기운이 달콤하다.
하여, 섬진강 건너편 백운산자락 매화천지는
꽃들이 이미 다운로드 되어 봄 전령이 훑고 간 썰렁한 상태라고..
구경날짜를 예민하고도 넉넉하게 못 잡은 나의 실수!
봄꽃 하면 젤 먼저 순발력 발휘하는 매화지만 아쉬움에 새끼줄 접을 수밖에..
허나, 어디 매화만 있으랴~ 지천으로 널린 딴꽃들이 있는데..
참, 찬란함과 처참함을 함께 느끼는 묘한 계절의 태동이다.
피어나는 꽃들 아름다움 감상하는 살아있음의 찬란함과
꽃바람에 좍 떨어져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꽃낙엽'들 처참함을 동시에 보게되는..
지는 벚꽃을 빌어 가미가제 선동詩 지은 쪽발이들이 생각한다.
지리산 남쪽자락인 이곳은 그야말로 꽃밭 천지다.
풀이건 나무 건 방방 뜨는데 잎보다 먼저 피는 나무가 더 심한 것.
최참판댁 가는 평사리 친구 놀이터 월선네에 도착하자
마당 가득히 봄꽃들 모여있고 피어있다.
살랑살랑하면서도 아직은 쌀쌀한 아침저녁인데도 아랑곳 안하고 활짝.
꼬마 바람개비들은 한겨울 보내며 지리산 바람에
어디로 다 날아가고 이놈 하나만 남아 끈질기고 애처롭게 버티고 서 있다.
불쌍한 녀석.. 인간들 구경하라고 마당 입구에 옮겨다 놨다.
웬~ 장독들.. 항아리들.. 살림하는 여편네 전용단지들..
그중 이 '항아리 정수기'가 전통의 고수에서 탈피 현대적 접목을 한 것~
마당 작은 연못 옆에는 관광 찍쇠들 찍고 가라고 안마당과 경계로 꽃판을 만들어놨다.
관광필수 촬영중독에 디카들은 별 쓸데없는 낭비를 일삼고 있고..
올매나 이쁜가~ 소담스레 핀 꼬마수선화의 수려한 자태를..
툇마루 앞 안마당에는 지난 늦가을 어디서 얻어 논
드럼통이 통째로 그럴싸한 불통으로 둔갑해 열라 태워줄 뜻을 비치고 있공~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불한당이 불통을 그냥 둘 리 없다.
꿈까지 꾸며 그 그리웠고 마려웠던 불때기..
바로 마른 대나무 조릿대를 한 수레 가져다놓고 선불부터 부친다.
대나무가 어른이라면 조릿대는 꼬마 대죽을 말한다.
마른 장작 쪽팔리도록 활기차게 타 들어가면서 죽는 비명소리를 지르는 조릿대..
이 소리는 사뭇 커서 총소리.. 폭발소리.. 머 터지는 소리 같다.
유1하게 마디 있는 나무인 대죽은 뜨거운 열을 받으면
마디 안의 기압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결국 견디다못해 빵! 하고 터지게 되는 것.
이게 여럿이 산발적으로 마구 터지니 총격전으로 착각할만하다.
놀이터 입구부터 마당 안까지 기웃거리며 구경하던
수많은 관광객은 이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기겁 안 했던 척 가까이 온다.
불땜을 구경하던 그들은 이게 뭐냐? 왜 태우나? 물어본다.
답) 지게 놓고 A자 모르면서 드럼통 불통도 모르나?
왜 태워~ 소방서 직원이냐? 그냥 심심해서.. 워낙 할 일 없어서 땐다고..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나쁜 질문했다는 듯 묵묵부답이다.
참, 작년 가을 여기서 난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하루종일 그렇게 20일 동안을 한겨울 내내 땔 땔감을 몽땅 잿더밀 만들었다.
직싸게 고생하며 해 논 땔감인데 해도 너무 심하다던 친구..
불꽃 폭음 연기를 내지르며 활기 발랄하게 타 들어가는
'불화통'은 스스로 구경꾼 마케팅 작업을 담당하며 관광객들을 계속 꼬드긴다.
우린 그런 불 구경에 관심 없는 척 그들 약올릴 일을 벌이고..
그들 코를 집중 고문하며 눈과 입과 혀까지 괴롭힐 준비도 암암리에 착착 진행한다.
그것은 바로 이것! 빨간 한우암소갈비 구워먹기다.
요게 그 고기! 5만 원어친데 몇 판 까니까 없다.
비싼 고기라서 일제히 하던 말 삼키고 먹어서인지 금방 동나버렸다.
무슨 비누 같은 이건 돼지비계 기름 살이다.
철판에 고기 늘어 붙을까봐 새고기 깔 때마다 닦는 '닦게'다.
술판은 늘 그렇듯 자동적으로 마당 불통 앞에서 저질러졌다.
글고 그담은 먹이 식순에 의거 시골 씨암탉 삼계탕으로 고아서 짐승처럼 뜯어먹기다.
침흘리며 맛나게 먹는데 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되는 전이 현상인가~
불 구경하던 관광객들은 입맛 다시다 흘러내리던 침을 닦곤 했다.
흠.. 불 있겠다~ 술 있겠다~ 맛난 안주 있겠다~ 빠진 게 뭐고?
흠.. 분위기 낭만 서정 때려주는 사운드가 빠졌군~ 잼고 웃긴 얘깃거리도 빠졌구 험험~
흠.. 이것은 프로의 세계가 아니지.. 자칫 아마의 세계에서 놀 뻔했군~
재빨리 인터넷에 들어가 지난가을 다운받아 편집해 논
클래식, 가요, 팝, 대금소리 등 주옥같은 사운드 20여 곡을 나직이 틀어놓는다.
호~ 분위기 수준 높게 상향조정되니 구경꾼들은 더 몰려온다.
담! 잼는 얘기.. 오늘의 주제는 장승칼잡이 재간꾼인 후배가
비로소 서른 셋 즈음에 건강하고 깜찍한 애인이 생겼다는.. 풍문의 디테일 확인이다.
들은즉, 벌써 섹스까지도 가능한 허심탄회한 성기 발랄한 관계라고..
여친 나이도 20대 한창 때고 허.. 이런 성적충격이 있나~
이거 부실 시공한 구들장 견뎌내지 못하겠는데.. 집이 공포에 떨고있겠군 그래.
당근 '나의 섹스행실 답사기'를 들려주며 카운슬링을 해줬다.
--- 난 원래 섹스 얘기만 나오면 언제 어디서나 웅변가가 된다.
희곡 색동머리에 디테일이 색정적으로 잘 묘사돼있지만
그 말들 인용하자면.. '이 사회를 봐봐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잖아?'
'난 그래 이 땅에 섹스전문대를 설립하고 주임교수가 될 거야~'
'음란 퇴폐다 가리고 숨기면 더 타락으로 가는 법, 확 까발기자 이거야 건강하고 당당하게..'
유럽에서 성개방 1등 나라로 성적으로 외려 건전한 네덜란드 들먹이며..
머, 이런 광경들 구경하는 관광객들 귀와 코와 입은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것도 공복에 때맞춰 했으니 약오름 무릅쓰며 견뎠겠는가~ 실패하고 꽁무니 뺐겠는가~
후배랑 여친은 온라인에서 만나 오프라인에서 접선했다고..
첫눈에 서로 뿅~가 암수 한 쌍으로 맺어졌는데 사랑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
트러블과 삐짐 따윈 '사랑의 힘'으로 극복이 되는 한창 좋은 때다.
섹스궁합도 다각적으로 모색하면서 늘 탐구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것.
허나, 사랑전선에 이상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도 섣불리 말못할 2가지 고민거리가 있다고..
endless-러브가 가능할까 하는 불안감과 피임실패에 따른 부작용이다.
난 '걱정도 8자'라고 건성으로 얘기하려다 싱굥을 썼다.
'애인'보다는 '친구'로 생각하고 소유욕을 지혜로이 조절하는 버릇을 들일 것.
말은 참 쉽다. 나도 실수연발로 잘못하고 있으면서..
묻는 후배에게 선배랍시고 대답은 해줄밖에..
말을 하는 내가 스스로 마인드컨트롤 하는 자각이라도 되었으면 해서..
느림보들 정신 못 차리게 스피디하게 달려가는 세상.
사랑도 이에 편승해 endless-러브 하려는 흔치않은 커플들에게 질투를 때린다.
이런 환경에 반사적으로 젤 튼튼한 무기는 '진실'밖에 없는 것.
세상사 모든 문제는 가식에서 출발하여 결국 추한 배설물을 게워내며 끝장을 보니..
2004년 들어 봄날 지리산에서 맞는 첫날밤은
이런저런 두런두런 사랑낭만 얘기꽃을 만발하면서 발그레하니 익어갔다.
끊임없이 타 들어가던 불꽃은 서늘해가니 사그라지고..
봄꽃들 따라 진해니, 화개니, 여의도 윤중로니, 어디니..
집단 무의식에 마구 이끌려 가을 단풍 쪽팔리도록 몰려다니는 계절이다.
남산의 벚꽃들.. 우리집 앞집 옆집에 피어난 매화꽃, 목련들..
꽃축제 벌이는 곳 꽃들보다 우리 앞집 담너머 복사꽃이 훨씬 더 운치있어 보인다.
평소 꽃에 대해 을마나~ 관심갖고 사랑하며 알고있다고들..
꽃구경 하려 그 먼곳을 시간 죽여가며 떼돈 낭비하는 개성없는 나들이는 추함이다.
나도 그중 하나지만, 오랜만에 꽃향기에 홀려져 꼴값을 떨고 왔다.
자연의 껍데기에 취함보다는 자연의 속내에 맛들이고
관찰하면서 차분하게 그 신비한 비경과 오묘한 조화에 취해봄이 낫지 않겠나~
피어나는 꽃들.. 떨어지는 꽃잎들.. 그 찬란한 처절함에 대해..
우리의 존재 가치는 바람에 날리는 파편인것을.. 우리가 애타게 남기는 족적은 먼지인 것을..
